‌벚꽃의 첫사랑


백얀
@rowfish_jang





선생님 시라부X학생 후타쿠치
후타시라가 알콩달콩한다기 보다는 짝사랑이 첫사랑으로 바뀌는 과정입니다. 생각해서 봐주세요!




벚꽃의 첫사랑



*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는 시라부 제 자신도 알 길이 없었다. 그저 교사가 되기 위해서 23살에 처음 교생실습으로 고등학교에 갔다.그 후 한 번 만에 그 어렵다던 임용고시에 붙어서 시라부는 고등학교를 보자 자신이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했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리고 드디어 시라부의 교사생활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1년동안 담임을 맡게 된 시라부 켄지로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갈색빛이 맴도는 금발 머리, 단정한 인사, 단정한 옷차림, 깔끔한 목소리. 예쁘고 잘생긴 얼굴. 이 모든 조건이 후타쿠치가 시라부에게 빠지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시라부가 오기 전 후타쿠치는 평범한 아이는 결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일진도 아니었다. 그냥 수업시간에 조용히 책상에 머리 박고 자다 수업이 끝나면 가는 그런 학생이었다.

시라부가 본 후타쿠치의 첫 인상은 그저 자고 있는 아이였지만 수업에 들어올수록 자신을 부담스러울 정도로 보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다. 시라부가 가르치는 과목인 수학은 후타쿠치가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었지만 시라부가 가르치는 수학은 그야말로 천국의 시간이었다.
후타쿠치에게 시라부의 수업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수업을 해주는 것이었으니까.
“야 봤어..? 후타쿠치가 수업을 듣고 있어..”
“쟤 지금 쌤한테 질문 하는거야..? 후타쿠치 무슨 일 있었던 거 아니냐?”
당연하게도 수학 시간만 되면 다들 당황스럽게 후타쿠치를 보았지만 후타쿠치는 당연하게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그에게 수학 시간은 시라부의 1대1 과외 같은 느낌을 것이다.

날씨는 따스함, 춥지도 덥지도 않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날씨였다.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잘생긴 얼굴을 감상하고 앞머리를 정리하고, 생긋- 하고 웃는 연습을 했다. 한 걸음 두 걸음. 조심스럽게 자신감 넘치게 긴장되게 여러 감정이 섞이면서 결국은 ‘설렘’이라는 감정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후타쿠치가 교무실 문을 열었다.

“선생님, 저 이거 모르겠어요.”

후타쿠치가 교무실로 시라부를 찾아왔다. 시라부는 후타쿠치에게 무슨 문제가 모르겠냐고 물었다.

‘와 씨발 미친 거 아니야? 남자가 왜 이렇게 예뻐..’
후타쿠치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이렇게 가까이 이야기하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더 설레는 것이겠지.

“후타쿠치?”

시라부가 후타쿠치를 부르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모르는 문제를 질문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전부 다 모르는 문제기는 하지만 조금 어려워 보이고 복잡해 보이는 문제는 골라서 질문하면 시라부를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목적으로 찾아온 것이었다.

“그러니까 여기서  에 대입해. 알겠어?”
시라부의 얼굴만 보다가 갑자기 설명이 끝나버렸다. 갑자기 끝나버려서 당황한 후타쿠치는 알겠다고 대답하고 교무실을 나와버렸다.

‘아, 멍청한 후타쿠치! 이해 안 간다고 대답할걸  .’

후타쿠치가 교무실을 나가자마자 옆에 있던 선생님이 시라부에게 말을 걸었다.

“어머, 저 후타쿠치 일어나 있는거 처음 봤어요.”
“네?”
“아, 모르셨어요? 후타쿠치 항상 학교에서 자잖아요. 작년에 제가 후타쿠치 반 담임이었는데 상담 때 말고는 이야기를 나눠본 기억도 없네요.”

시라부는 나름 의외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니, 놀라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 시라부의 수업에서는 항상 뚫어지게 보면서 공부하는 학생이라서 성적도 우수하고 다른 수업도 열심히 할 줄 알았으니까.





“근데 요즘 너 왜 잠 안 자냐? 늙으니까 잠이 안 와?”
후타쿠치의 친구가 말했다.
“왜, 저 자식 선생님 꼬시잖아.”

“엑? 선생님? 네가 꼬실만한 선생님이면 국어 선생님? 국어쌤이 이쁘긴 하지..”

“아니, 후타쿠치 수학쌤 좋아해.”



짝사랑? 그게 뭔데였던 후타쿠치는 지금 절실하게 짝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있었다. 잘생긴 얼굴로 유혹하면 끝. 그것이 후타쿠치가 생각하는 연애였고 사랑이었다. 그러나 시라부를 짝사랑하면서 이게 짝사랑 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벚꽃 향, 그 벚꽃 향기가 후타쿠치의 몸을 휘감았다. 시라부에게서도 은은하게 퍼지는 듯한 향이었다. 달콤한 냄새, 벚꽃에 향기가 있었던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저 흘려보낸 봄이고 벚꽃이었으니까.

연애라면 몇 번 한 적이 있다. 굉장히 예쁜 여자애였는데 고백하면서 사귀게 되었다. 물론 얼마 안되어서 후타쿠치가 지쳐버리고 말았다.

*

주말 오후였다.
시라부는 친구와의 약속이 취소되어 굉장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인데 아프다고 한다. 자신은 약속장소에서 1시간 넘게 기다렸으나 전화도 받지 않고 1시간 뒤에 온 연락은 아프다 라는 것이었다. 아프다고 하니 짜증도 내지 못하겠고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짜증나는 것은 짜증났다.

 “아아, 젠장. 집에 들어가기도 뭐한데.”

시라부는 혼자서라도 놀다 들어가자 라는 마음이 들어 시내로 발길을 옮겼다. 옷도 사고 그러다보면 시간도 흘러있겠지, 하고.

삑-삑-삑

손목시계의 알람이 울렸다. 주말에 운동하러 가는 시간이었는데 오늘은 무의미한 알람이었다. 까먹고 끄지 않은 듯했다. 버스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될까 싶어 재빨리 알람을 껐다. 고등학교 시절, 공부와 함께 배구를 했었다. 배구를 좋아했고 관심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와서는 바빠졌다. 집안 사정도 갑자기 안 좋아졌기 때문에 알바와 함께 공부했다. 알바와 공부가 반복 되는 삶에서 운동이라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학교에서 잠깐 걷는 것 이외에는 운동을 할 시간도 없었다.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6년 내내 거의 하루도 빠짐 없이 운동을 했던 시라부가 갑자기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은 큰 스트레스였다. 자다가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나는 등 여러 불편한 점이 겹쳤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가면서 무의미해지는 것은 알람뿐만 아니라 삶의 한 부분이 아닐까, 제 자신이 놓치고 있는 것을 모르면서 살아가는 것 또한 무의미 해져가는 것이 아닐까.

“어, 선생님! 안녕”

반말을 쓰는 학생, 한 명 밖에 없겠지.

후타쿠치 켄지.



“야, 너 또 반ㅁ..아니다 됐어.”
“싫으시면 존댓말 쓸게요.”

후타쿠치는 자연스럽게 시라부의 옆에 앉았다. 시라부는 달콤한 벚꽃 향기가 났다. 아마 향수를 뿌렸을 것이다. 혹시 시라부가 소개팅이라도 나가는 것일까 했지만 아무리 봐도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시간도 소개팅을 하기에는 애매한 시간이었고.

“선생님, 어디 가세요?”

“딱히-. 시내가는 중인데 뭐할지 모르겠다.”

시큰둥한 대답이었다.

“그럼 저랑 시내가서 놀래요?”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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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부와 후타쿠치는 나름 재밌게 놀았다. 시라부도 혼자 노는 것 보다는 재밌겠지 라는 의미에서 후타쿠치의 데이트신청(?)에 응했고 어느덧 노을이 지고 있었다.

“나는 노을이 싫어.”

버스 창가에 앉는 시라부가 유리창에 머리를 기대면서 이야기했다.

“엥, 왜요? 예쁘지 않나요?”
후타쿠치가 그런 시라부를 보면서 이야기했다.

시라부는 갑자기 생각에 빠졌다. 왜 노을이 싫을까. 붉은 빛이 맴도는 노을은 확실히 예뻤다. 그런데 왜?

“... 우울해져. 하루가 끝나는 것만 같아서. 해가,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서.”

후타쿠치가 갑자기 시라부를 멍하게 쳐다봤다. 시라부는 여전히 창문에 머리를 기대어 창 밖을 보고 있었고.
후타쿠치가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마세요. 해가 사라져도 제가, 제가 선생님의 해가 되어드릴게요.”



시라부가 후타쿠치의 웃음을 보더니 이내 자신도 웃었다. 창가에 앉아 있어서일까. 햇빛이 시라부를 반겼다.

“나댄다.”

시라부가 후타쿠치의 머리를 가볍게 쳤다. 그게 또 좋단다. 방긋방긋 웃었다.


“선생님, 좋아해요.”



잠시 동안 정적이 이어졌다. 1분? 아니 10초? 아니. 5초, 5초의 시간이 이어졌다.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후타쿠치에게 1초가 정말 뼈저리게 느껴졌다.

시라부가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나도.”


그것은 더 이상 짝사랑이 아닌 ‘첫사랑’이라는 형태로 바뀌었다. 때는 벚꽃이 필 무렵, 봄날에 데이트가는 연인처럼, 그들의 마음속에도 벚꽃이 흩날렸다-.